독일 기본법 제21조 제3항의 정당국고보조배제결정제도는 해산시킬 정도의 위헌성은 없지만 헌법에 적대적인 정당에 대한 단계적이고 다양한 제제의 필요성을 제도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극우주의적인 정치성향은 세계적인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해 어느 국가에서나 발생하는 정치사회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갈수록 격화되는 정치이념적인 갈등과 충돌의 정도는 단지 터부시할 정도로 약소하지 않다. 이러한 국내외적인 정치현실과 상황은 현행 헌법 제8조 제4항의 정당해산제도 이외의 헌법적대적인 정치목적을 추구하거나 지향하는 다양한 정치세력에 대하여 비례적이고 탄력적이며 유연한 대응과 제재가능성의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당해산제도 이외에 헌법적대적인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 등의 재정지원의 배제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은 충분히 긍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도입에 있어서 한국의 정치현실과 상황 그리고 정당재정에 대한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전제로 하여 도입방법에 대한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정당해산심판절차와 동일하게 심판권한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독일 연방헌재도 밝힌 바와 같이 정당이 가지는 대의제적 정치제제에서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일반법원의 최종심인 대법원에 심판권한을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헌법문제에 대한 판단권한을 독점적으로 부여한 현행 헌법의 태도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둘째. 정당해산과 정당재정지원의 배제에 대한 요건은 정당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차별화된 심사기준에 의해 판단하여야 한다. 독일 연방헌재와 동일하게 구성요건적 조건의 표지는 동일하게 하더라도 헌법적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나 폐지의 실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나 잠재성의 유무에 따라 심사기준을 달리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위헌정당해산에 있어서 정당보호적 성격이 더 강조되었던 헌정사적 배경과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서 보여준 헌법재판소의 태도를 고려할 때 심사기준의 차별화를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선출에 있어서 대법원과 대통령의 개입을 제한하거나 부정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당에 대한 재정지원의 배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정당에 대한 재정지원의 배제는 대의제적 민주주의라는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헌정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고, 기존의 정당재정에 대한 법률에서 이루어지는 재정 제한 조치는 헌법적대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정당에 대한 재정지원의 배제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무엇보다 정당활동의 자유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할 권리의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법률이 아닌 헌법 개정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최대한 모아 정당에 대한 재정지원의 배제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 넷째, 현행 헌법 제8조 제4항은 위헌정당에 대한 해산심판의 청구권자를 ‘정부’로 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을 통해 위헌정당에 대한 해산심판청구권을 국회에 부여하는 방안은 현행 헌법이 ‘정부’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헌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독일 기본법 제21조 제5항은 위헌정당해산 및 정당의 재정지원 배제심판에 관한 제1항과 제4항에서 정한 사항 이외의 상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연방법률이 정한다는 법률위임규정이며 제1항에서부터 제4항의 규정내용에는 위헌정당해산과 정당의 재정지원 배제심판의 청구권자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독일 기본법 제93조 제5항은 독일 연방헌재의 구성과 절차를 연방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기본법에서 정하지 않는 연방헌재의 구성과 절차사항을 규율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전제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독일 기본법 제21조의 규정 형태와 내용에 따라 독일의 경우 연방헌법재판소법의 개정만으로 관련 심판의 청구인능력과 적격에 대한 사항의 법률적 규율 공간이 존재하므로 연방법률의 개정으로 위헌정당해산심판과 정당의 재정지원 배제심판 청구권자의 범위를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헌법 제8조는 독일 기본법 제21조와 달리 위헌정당해산의 청구권자를 ‘정부’로 한정하고 있고 독일 기본법 제21조 제5항처럼 특정의 특별심판절차에 대한 법률위임 내지 유보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물론 현행 헌법 제113조 제5항을 근거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이 헌법적으로 가능하다고 입장이 제시될 수 있으나 헌법이 직접 한정적으로 규정한 심판청구권자의 범위를 법률로 확장하는 것은 헌법규정으로 정할 사항을 법률로 정하는 것과 같은 위헌적 행위이다. 마지막으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 등의 배제기간은 특정 기간을 고정적으로 법제화하는 것보다 헌법적대적인 정당의 지지도나 구성원들의 행동 등을 고려하여 재정지원의 배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상한과 하한을 정하여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독일과 한국의 정당이 가지는 재정구조가 상이할 수 있고 6개월의 재정지원 배제 기간이 한국의 정당이 가지는 재정적인 구조상의 취약성이나 특수성으로 인해 그 영향이나 효과가 차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신정규. (2025). 위헌정당에 대한 재정적 제한 수단인 정당국고보조배제결정제도의 내용과 시사점 - 독일 기본법 제21조 제3항의 정당국고보조배제결정제도를 중심으로. 국가법연구, 21(4), 131-171. 10.46751/nplak.2025.21.4.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