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키코 피해 노동자, 이제 무급휴직을 구한다

정미경(2018-06-10), 키코 피해 노동자, 이제 무급휴직을 구한다. 성동조선 이야기,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43494

▲ 성동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은 좋은 회사이다. 컨베이어 벨트시스템을 이용하여 입고된 철판이 한 척의 선박으로 탄생하는 완벽한 "일관 흐름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일자리도 성동의 산업자산도 포기할 수 없다.
ⓒ 성동조선해양 노동조합

"뉴스에 '조선업 구조조정 칼바람' 얘기가 나오면 내 얘기구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회사 사정으로 휴직을 하면서 사랑하는 가족들이 가장 걱정이 되었습니다. 평생 직장이 아닐 수도 있다며, 당장 짐을 싸고 제 2의 인생을 살아볼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희망 퇴직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바라는 바는 단 한 가지, 하루 빨리 회사로 돌아가 묵묵히 일하는 것입니다."

어느 성동조선 노동자의 이야기이다. 

"회사가 정상화 될 때까지 무급휴직 하겠습니다"
 
이들에게 회사로 돌아갈 길이 열려 있을까? 지난 4월 20일 ㈜성동조선해양에 법정관리가 개시되고, 5월8일 법원과 채권단에서 추천한 2명의 공동관리인이 창원지법 제 파산부에 제출하고 법원에서 허가한 인력 구조 조정안이 공개되었다.
 

 

임원 9명 중 7명 감원, 관리직 425명 중 180명 감원, 생산직 784명 중 637명을 감원하겠다는 조정안이다. 전체 1218명 중 824명을 감원하겠다는 것이다. 법원은 조정안의 집행을 허가했다. 노조는 이제 고용보호를 호소하며 "회사가 정상화 될 때까지 무급휴직을 하겠다"고 말한다. 

키코 피해도, 채권단의 수상한 관리도 두려워서 말도 못하고... 

성동조선은 국내기업 중 최대의 키코 피해자이다. 매출이 1조 원이었던 2009년 통화선도 부채가 8360억 원, 파생상품 평가손실액이 1조4천억 원에 달해,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었다. 2009년 부채총액이 자산총액을 7730억 원이나 초과하였다.

키코가 유발한 피해로 인해 결국 2010년 자율협약을 맺고 채권단 공동 관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국내 굴지의 중견조선소 성동조선해양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내몰렸다.

채권단의 구조조정의 칼날은 매서웠다. 노동자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평일과 주말을 구분하지 않고 일을 했으나 고용불안으로 떨며 지냈다. 2011년 1034명에 달하던 사무직원의 숫자는 2013년 830명까지 줄었다. 동기간 1011명이던 생산직원은 896명으로 줄었다. 하청노동자의 숫자는 5197명에서 1570명까지 무려 70%가 줄었다.

2013년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한편 자율협약 하에서 회사와 일자리를 지키고자 성동의 노사는 성과를 만들기에 모든 노력을 다했다. 성동은 2014년 LR2 탱커 수주잔량 세계 1위(클락슨 리포트)를 기록하고, 2015년 선박 인도 200척을 달성하였다. 자율협약 하에서 총 206척 11조 7천억 규모의 선박을 건조하고 인도하였다. 이 과정에 국가 수출과 고용 창출, 기자재 및 협력업체, 지역경제에 끼친 성동의 기여는 결코 무시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성동의 노사는 채권단을 설득하지 못했다. 

채권단, 4조6천억 투자한 회사에 1년 멀다 최고경영자 갈아치워

채권단은 2010년 자율협약이후 성동조선 살리기에 4조6천억을 투입하였다고 한다. 금융지원뿐 아니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신규자금, RG(선수금환급보증) 등 대규모 금융지원 및 출자전환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하였고, 자구계획 수립과 이행관리를 통해 비용절감 및 체질을 개선하였다고 한다.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였다고 보고한다. 그뿐 아니다 전략적 수주를 허용하여 탄력적 수주관리를 통해 일감을 확보하도록 지원했다고 말한다.
 

▲ 출처: 2017년 12월 7일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 국회기자회견 자료 발췌 채권단은 4조6천억에 달하는 국민의 세금을 성동조선해양에 쏟아 부으면서 당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를 1년이 멀다하고 바꾸었다.
ⓒ 성동조선해양 노동조합

그러나 이러한 채권단의 노력에 대해 그 진실성을 다시 생각하도록 하는 사실이 있다. 성동조선을 살리기 위해 4조6천억을 투입하는 동안 채권단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 간 성동의 대표이사와 직무대행을 여섯 번 바꾸었다. 최고경영자의 평균재임기간은 12.2개월에 불과했고, 대표이사 자리를 아예 비워 둔 기간이 2년 가까이 된다.

이제 채권단의 무리한 경영간섭으로 성동조선해양은 전문경영인 영입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으나, 현재도 수출입은행의 파견자가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채권단은 한편으로 4조6천억에 달하는 국민의 세금을 성동에 쏟아 부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영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를 1년이 멀다하고 갈아치운 것이다. 성동이 살아나길 바라는 게 지나친 희망이 아닐까?

그간 성동의 노동자들은 이런 사실을 뻔히 알고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행여나 채권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여, RG를 받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행여나 괘씸하게 여겨 더욱 가혹한 인력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어쩌나. 채권단의 의견에 반대하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2015년 하반기부터 성동의 수주실적은 전무했다. 시황이 나쁘기도 했지만, 채권단이 조선산업에 대한 확신이 부재했다. 이로 인해 RG 발급기준이 시황이 열악한데 비해 현실성 없이 높았다. 정부도 조선산업에 대한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채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노동자들은 RG발급을 위해 수년 동안 십수 차례 채권단을 찾았다. 또 중형조선의 살길을 찾아 전국에 호소하였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겨울 내내 수출입 은행 앞에 천막을 치고 성동을 살려달라고 호소하였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보전할 기회를 주길 청한다

2018년 4월 20일 모든 노력을 허사로 성동조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1218명 직원 중 824명을 감원하는 인력조정계획이 통보되었다. 이제 성동의 노동자들은 법원에 "경영이 정상화 될 때까지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제 조선업이 되살아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보전할 기회를 주시길 법원과 최고경영자에게 요청한다. 
 

덧붙이는 글 | 중복게재 및 중복기고 없음.

이 글은 조선해양 4.0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미경(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경제학 박사,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의 기고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