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1 13:00:04 게재
독일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 벨레(DW)는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산업이 성장동력으로 방위산업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자동차산업 매출이 2024년 5419억유로에서 2025년 5337억유로로 감소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각국이 국방비를 확대하면서 유럽연합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은 같은 기간 3430억유로에서 4180억유로로 약 22% 증가했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활용도가 낮아지는 생산시설과 숙련인력을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는 방위산업 분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자동차와 방산은 최종 생산품은 다르지만 제조 과정은 공통점이 적지 않다. 자동차 생산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은 방산제품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보유한 공장과 생산설비, 숙련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산 진출은 유력한 사업 다각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폭스바겐 메르체데스-벤츠, 방산 전환 검토 = 파이낸셜타임스는 2026년 3월 폭스바겐이 오스나브뤼크 공장을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부품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이 계획에 동의할 경우 전환에는 12~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약 2300명의 기존 일자리를 모두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자동차 공장을 폐쇄하고 인력을 다른 곳으로 내보내는 대신 생산품목을 바꿔 고용을 지키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방산 분야와의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올라 칼레니우스 최고경영자는 올해 5월, 방산 진출이 사업적으로 타당하다면 차량 기반 드론 방어 및 임무 플랫폼 개발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자동차기업이 방산기업으로 업종을 완전히 전환한다기보다,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생산능력을 새로운 시장의 수요와 연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자동차산업에서 축적된 숙련은 방산 생산에도 유용하게 전환될 수 있다. 금속가공과 용접, 차량 조립, 전장품 설치, 전기·전자 시스템 통합, 품질검사, 생산공정 관리 등은 군용차량과 특수목적 차량, 각종 방산장비 생산에서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술이다. 특히 자동차기업이 대량생산 과정에서 확보한 공정관리와 품질관리 능력은 생산량 확대가 필요한 방산 분야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직업으로의 이동이라기보다, 기존 숙련을 기반으로 방산 분야에 요구되는 기술과 규격을 추가로 습득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설비·숙련, 방산으로 … 해고와 공장폐쇄 피하자 = 자동차 부품업에도 산업 전환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독일 방위산업은 라인메탈, KNDS, 에어버스, TKMS, 디엘 디펜스(Diehl Defence)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부품과 구성품 업체가 연결된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업체가 보유한 기계가공 전자 센서 소재 정밀부품 품질관리 기술은 방산 공급망으로 이전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물론 자동차 생산 경험만으로 방산 공급망에 곧바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산제품은 자동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품질관리 보안 인증 그리고 장기적인 납품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방산 규격에 맞춘 설비와 기술, 인증 절차, 노동자 재훈련, 새로운 공급망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방산 진출은 결국 산업전환의 방향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히 자동차산업 내부에서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동차에서 축적한 설비와 숙련을 성장하는 다른 산업으로 옮겨 새로운 생산과 고용으로 연결하는 전환이다. 독일 자동차산업이 방산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은 공장폐쇄와 해고를 피하기위해 노사가 선택하는 대응책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