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게시판

활동 게시판

 

 

[새로운 일자리 만드는 전환] 독일 자동차산업 위기, 흔들리는 ‘해고보다 전환’원칙 / 정미경 소장 (내일신문 2026.08.21)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6-08-24 09:01:54 조회수 9

[새로운 일자리 만드는 전환]

독일 자동차산업 위기, 흔들리는 ‘해고보다 전환’원칙

(내일신문 2026.08.21)

일자리 올해 6월 기준 전년보다 5.8% 감소 … 과잉인력, 배터리·로봇·방산·항공우주 산업으로 전환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말 자동차산업 종사자가 1년 전보다 4만2300명줄어 69만1500명 수준이다. 해당 통계가 작성되고 가장 낮은 수치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이제 단순한 경기 부진이나 일시적인 고용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 전환으로 내연기관 관련 일자리가 줄어드는 데다 중국 업체의 경쟁력 강화, 유럽 시장의 성장 둔화, 높은 생산비용까지 겹치면서 자동차산업의 고용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독일은 그동안 ‘해고보다 전환’을 원칙으로 노동자를 재교육하고 새로운 직무로 이동시키며 고용충격을 완화해왔다. 그러나 자동차산업 내부에서 감소하는 일자리를 모두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환의 방향을 자동차산업 안에만 가두지 않는 것이다. 자동차 노동자가 축적한 생산 기계가공 품질관리 자동화 등의 숙련을 배터리 로봇 방산 항공우주 등 성장산업의 일자리와 연결하고, 자동차 부품업체도 새로운 산업의 공급망으로 진입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제 ‘일자리를 지키는 전환’을 넘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전환’으로 나아가는 독일의 사례를 찾아본다.

폭스바겐을 비롯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2010년대 후반 배터리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높은 차량 가격과 보조금 축소, 충전 여건에 대한 소비자 우려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주춤거리고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며 전동화 전략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내연기관차,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을 함께 운영하는 유연한 동력 전략으로 방향을 바꿨다. 사진 www.manager-magazin.de

자동차산업의 일자리 감소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독일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대량해고를 최대한 억제하고 기존 노동자를 재교육해 새로운 직무로 이동시키는 이른바 ‘해고보다 전환’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2026년 8월 중순 독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지표는 자동차산업 내부의 직무전환과 재교육만으로는 줄어드는 일자리를 모두 흡수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자동차산업의 울타리를 넘어 배터리·로봇·방산·항공우주 등 성장산업으로 노동자의 숙련과 경험을 연결해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넓히는 것이 시급하다.

◆일자리 자체가 빠르게 줄어 = 독일 자동차산업에서 과잉 인력이 발생하는 원인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으로 차량 한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량 자체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경쟁력 강화와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도 자동차산업의 고용 감소를 더 빠르게 한다.

독일은 2010년 ‘전기차 국가플랫폼’을 출범시켰지만 중국은 1990년대부터 전기차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했다. 2009~2023년 중국 정부의 전기차 관련 지원 규모는 2309억달러에 달했으며 배터리 공급망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자 생산기지로 성장했다. BYD NIO XPeng 등 중국 전기차 회사는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공급망을 내재화하며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반면 유럽은 높은 차량 가격과 국가별 보조금 차이, 충전 인프라 격차 등으로 전기차 수요 확대가 더디다. 미국의 관세 압력과 독일의 높은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도 생산과 투자를 어렵게 한다. 결국 기존 자동차산업에서 사라져가는 일자리가 새로운 일자리의 수를 앞서면서 과잉인력이 발생하고 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독일 자동차산업 종사자는 1년 전보다 4만2300명(5.8%) 감소해 69만1500명으로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독일 전체 제조업 고용 감소폭은 2.7%로 자동차산업의 고용 감소가 제조업 평균보다 두배 이상 가파르게 진행된 것이다.

이 같은 고용충격은 자동차 부품 공급망에서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 및 엔진 제조업의 고용은 전년보다 6.1% 감소해 42만9200명으로 줄었지만, 자동차 부품 액세서리 공급업체의 고용은 7.6% 감소한 21만9500명을 기록해 감소폭이 더 컸다.

부품업체가 완성차업체보다 더 큰 충격을 받는 이유는 산업구조 차이다. 완성차업체는 배터리 소프트웨어 전기구동계 등 미래 기술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생산과 고용을 전환할 여지가 있다. 반면 특정 엔진 변속기 배기계통 부품에 특화된 중소·중견 부품업체는 기존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 경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2035년까지 자동차산업에서 12만5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감소할 것을 예측했다. 고용충격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독일은 강제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성장산업으로의 직무전환과 재교육은 물론, 자연감소 조기퇴직 희망퇴직과 전환회사 설립 등 다양한 수단을 연계해 여러 경로로 인력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동시에 재교육 재배치를 병행해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불가피한 일자리 감소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고용충격을 사회적으로 분산하는 것이 독일이 ‘해고보다 전환’의 원칙을 지속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다음 과제이다.

◆산업 울타리 넘어 일자리를 만드는 전환 = 독일 금속노조(IG Metall)는 2024년 ‘현대적이고 혁신적이며 공정한 산업국가를 위한 11가지 계획’을 내놓았다. 에너지 인프라 혁신 교육 주택 사회국가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는 2025년 자동차 부품업체의 일자리가 급감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전기차·디지털화·탄소중립 생산을 위한 투자와 공급망 안정, 시장 다변화, 보호무역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중소기업은 방위산업을 기회로 모색하지만 규제와 투자 조건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했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독일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7만4000개 일자리가 사라지며 산업전환 압력이 커지고 있다. 프라운호퍼연구소는 2025년 인공지능(AI) 기반 생산과 자동차의 기능과 경쟁력을 소프트웨어가 결정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의 개발·생산 같은 성장산업으로의 이전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기술 혁신뿐 아니라 인재 재교육과 역량 확보가 필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일자리 감소는 단순한 직무 변화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일자리 총량이 줄어드는 구조적 전환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기업과 산업의 울타리 안의 재교육과 직무전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 노동자의 숙련을 배터리 로봇 방산 항공우주 등 성장산업으로 연결하고 기업의 사업 다각화와 정부의 산업 및 고용정책을 연계해 ‘해고보다 전환’에서 ‘산업 간 전환’으로 정책 범위를 넓히고 있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기술 산업 노동 전환의 삼각축 위에서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보안 문자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