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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정부역할 | 독일 사회적 대화와 사회적 자치] 한국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합의 성과'에만 매몰 (정미경 소장)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01-15 22:34:40 조회수 914

[노사관계 정부역할 | 독일 사회적 대화와 사회적 자치] 한국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합의 성과'에만 매몰

독일 사회적 대화 앞서 사회적 자치로 노동자 참여 열어 … 정부, 중재자로 노사자율 돕고 전문성으로 노사판단의 질 높여

2023-06-16 11:12:59 게재

 

6월 7일 한국노총이 금속노련 간부들에 대한 강경 진압에 항의해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정부와 여당은 경사노위 개편론으로 응수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아닌 새로운 노동계 파트너를 찾는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노동계를 대화 파트너가 아닌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본다고 분노하고 있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답을 미리 정해놓고 수용할 걸 강제하는 수단이 돼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1998년 김대중정부가 IMF 경제위기에 "노사정 대타협으로 경제회생 민주발전"을 하자며 '노사정위원회'로 출범했다. 노무현정부에서 '노사정대표자회의',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는 '경제사회발전위원회',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의 이름을 바꿔왔다.
이름은 변화를 겪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역대 정부는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한방의 해결책을 기대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에 그리 공을 들이지 않았던 정부뿐 아니라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큰 비중을 두고 노동조합이 대화에 참여하도록 상당한 공을 기울인 정부도 '노사정 대타협'을 끌어내지 못했다.
노조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사회적 강요가 될 것이라는 의심을 거둔 적이 없다. 우리의 사회적 대화, 무엇이 부족했을까? 독일 사례에서 시사점을 찾아본다.
독일의 노사정 사회적 합의주의는 1918년 '독일 제조업과 상업 노사공동협력을 위한 규정'에서 출발했다. '슈타인-리겐 협정'이라고 한다. 1차세계대전 패배 후 사회불안이 가중되는 속에 독일의 21개 사용자단체와 7개의 산별노조가 협정을 체결했다.
노측은 노동조합, 단체협약, 종업원 평의회, 8시간 노동제를 인정받고 소련식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포기했다. 이는 단순한 타협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에 제3의 길을 제시한 교황 레오 13세의 카톨릭교회 선언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독일 라인란드지역의 연금보험 대의원총회의 모습. 노동자와 사용자가 연금기금의 납부자로 연금을 자치관리한다. 사진은 대의원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모습. 출처: www.deutsche-rentenversicherung.de .


교황 레오 13세의 선언은 노사 간 존중과 노동자 생활안정과 기업의 경영권 보장이 노사 대화의 전제임을 밝힌다. 협정 이행을 위해 노사는 노사 동수의 중앙워킹그룹을 설치했다. 1924년 중앙워킹그룹은 폐지됐으나 1918년 슈타인-리겐 협정은 사회적 파트너십을 탄생시켰다.

◆1918년 노사가 사회적 파트너로 = 2차세계대전 뒤 전후 복구에 독일의 노사정 합의주의는 먼저 사회보장제도의 거버넌스로 뿌리를 내렸다. 이것이 노사정 사회적 자치주의이다. 사회자치는 사회법 제4권 제29조에 규정된다. 법은 사회보험기관을 공법상 자치관리 법인이라 규정한다. 자치관리권은 피보험자인 노동자와 사용자가 행사한다.

독일 국민의 90%가 의료보험 요양보험 연금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사회보험 혜택을 받는다. 사회보험 예산은 연방정부 예산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사회적 자치는 지방자치와 더불어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자치제도다. 사회적 자치제도는 지방자치와 마찬가지로 선거를 통해 운영된다. 6년마다 사회선거로 사회보험자치를 위해 의회가 구성되고 의회는 정부의 역할을 하는 이사회와 집행위원회를 구성한다.

선거는 1953년 처음으로 실시돼 최근 2023년 4~5월에 선거가 실시된 바 있다. 노동자는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 전에 사회보험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행사하며 노사정 합의기구에 참여해왔다.

2023년 4~5월에 치러진 독일 사회선거 포스터. "우리는 지난 수십년 사회보험을 납부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협의하고 결정하길 원한다"는 글귀가 눈에 띈다. 출처: www.nd-aktuell.de.

 


◆1966년 경제위기에 노사정위원회 발족 = 1966년에 이르러 전후 처음 맞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가 등장했다. 1950년대 평균 8.2%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이 1966년 2.8%, 1967년 0.3%로 떨어졌다. 사민당 출신 쉴러 연방경제장관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노사정위원회는 사용자단체와 노조단체 뿐 아니라 경제전문가위원회, 연방은행 등 9개 부문 34명의 대표로 구성됐다. 위원회에서 정부는 중립적인 경제전문가위원회를 설치해 경제가 지향해야 할 거시지표를 제시했고 노사는 자율적인 협의로 상호요구를 조율했다.

당시 사회적 대화는 불경기를 타개하기 위해 노사정 합의에 따라 임금인상을 자제하면서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에 합의했다. 막대한 정부 지출로 전후 가장 강력한 경제적 붐을 일으켜 인플레이션은 완화됐고 실업자 수는 2년 사이 67만명에서 18만명으로 줄었다.

1976년에는 공동결정법이 제정됐다. 사용자들은 이에 항의해 헌법재판소에 공동결정법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사용자들은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 노조도 이에 반발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 10년을 넘게 이어온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1977년 중단됐다.

그러나 그간 노사정위원회의 영향으로 사회적 합의주의에 근거한 다양한 협의체들이 생겨났다. 연방 차원에서만 수백개가 넘었다. 1977년 '의료분야의 사회협의체'는 병원 약국 의료산업 의료보험사 간 의료비 절감을 위한 개혁으로 실제로 의료비 안정화를 달성했다. 1999년 사민당과 녹색당 '노동을 위한 연대'와 2014년 4차산업혁명의 추진을 위한 '산업의 미래를 위한 연대' 등은 대표적인 노사정 사회적 합의기구다.

독일의 사회적 대화는 비공식적인 협의체를 통해 단기적으로 상충될 수 있는 정책에 대해 장기적 상생의 비전을 갖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정해 정책 합의를 이끌어낸다. 사회적 대화는 협의를 통해 정책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상호 이해와 조정 과정을 통해 상호 합의 수준을 높여 정책결정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한다.

◆사회적 대화는 사회적 통제가 아니다 = 한국의 노사정이 4반세기 사회적 대화에서 온전한 서막도 올리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노사정이 상호 존중하고 사회적 권리와 책임을 이행해 신뢰를 쌓고 대화를 위해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정부는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노사의 자율적인 결정을 중재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극장에서 국가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지휘 아래 노사가 양보와 타협을 수행하는 멋진 공연을 꿈꾸는 것으로 대화의 전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회적 자치로 참여를 통해 문제 해결의 주인의식을 키우고 역지사지로 서로 이해를 넓히고 불필요한 분쟁을 최소화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사회적 대화이어야 한다. 사회적 대화가 사회적 압력이 되어서는 안된다.

■글 =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 독일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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