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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아우스빌둥' 한국 훈련현장을 가다│② 한국 직업훈련과 정부의 역 할] "국가가 더 유능한 기업가는 아니다"/정미경/내일신문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3-01-23 21:08:23 조회수 50

 

[독일의 '아우스빌둥' 한국 훈련현장을 가다│② 한국 직업훈련과 정부의 역할] "국가가 더 유능한 기업가는 아니다"

한국, 기업주도로 직업훈련 시작 … 기업에 인력양성 자율권 줘야

 

정미경(2020-03-02) [독일의 '아우스빌둥' 한국 훈련현장을 가다│② 한국 직업훈련과 정부의 역 할] "국가가 더 유능한 기업가는 아니다", 내일신문,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342263

 

내일신문은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회(위원장 정미경)와 함께 다섯 차례에 걸쳐 한국에 도입된 아우스빌둥(Ausbildung)을 소개한다. 김효준 한독상공회의소 회장 인터뷰를 시작으로 현재 시행하고 있는 △한국 직업훈련과 정부의 역할 △두나라의 법적·제도적 차이 △한국 아우스빌둥 훈련프로그램 △학습노동자 직업자격 취득방식 등을 통해 시사점을 도출한다. 아우스빌둥은 이원적 시스템을 지닌 독일 기술인력 교육을 의미한다. 아우스빌둥은 직업학교에서 이론교육과 기업현장에서 실습교육으로 이뤄졌다.
한독경상학회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에서 공부하고 국내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조직한 경제·경영학분야 학회다. <편집자 주>


마이스터 고등학교,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일학습병행제 한국사회는 지난 10여 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름을 바꾸어 독일식 직업교육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열정을 쏟는다. 산업화 초기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줄을 잇던 당시 직업훈련의 역동성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 국가주도 산업화와 직업훈련 = 과거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시동을 건 한국 정부는 사람이 없이는 경제개발도 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경제개발계획과 동시에 인력개발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한국에는 가난해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기능을 갖추지 못한 실업 청소년이 많았다. 초등학교 졸업자의 20%가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고, 중학교 졸업자의 30%가 고등학교 미진학, 고졸자의 80%가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나마 상급학교에 진학한 청소년들도 사농공상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때 이미 인문계와 실업계의 학생 비율이 7대 3에 달했다. 실제 일할 줄 아는 기술인력이 부족했다. 거기에 산업화를 국가가 주도하면서 정작 이런 기술인력을 양성해야 할 기업이 어떤 사업에 어떻게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없었고 기술인력을 길러낼 역량도 갖추지 못했다. 기업이 직업훈련을 주도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80년대까지 국가중심적 산업인력 수급방식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1990년대로 들어서면서 한국경제는 빠르게 성장했다. 가파른 소득상승은 대학교육 보편화시대를 열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자 저마다 기능직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다. 60년대 초반 고등학교를 졸업한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는데, 2000년대 말에는 고졸자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섣부른 과잉학력이 청년실업의 구조적인 원인이 됐다.

◆독일, 기업주도로 수요와 공급 통일 = 독일의 산업화는 1834년 프로이센 제국이 독일관세동맹을 선포하고 1835년 뉴른베르그와 퓨어스 사이에 처음으로 6km에 달하는 철로가 건설되면서 시작됐다. 철도산업 중심이었다. 당시 철도 건설에 필요한 자본금은 '뉴른베르그와 퓨어스간 철도건설사 건립'을 신문에 알리고 주식을 발행해 마련됐다. 민간의 참여로 산업화가 진행됐다. 독일의 철로는 1840년 500km, 1870년에는 2만km에 이르렀다. 동시에 독일의 금속가공업 광업 제철 및 철광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후발 자본주의국가였던 독일은 수공업자와 마이스터들을 영국으로 보내 선진기술을 배워왔다. 1810년 길드제도가 폐지됐으나 수공업자들은 전통에 따라 도제 직인 마이스터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했다.

산업화를 이끈 비스마르크 재상은 고전적 시장자유주의가 프롤레타리아트를 양산하고, 심각한 사회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을 보고 도제제도를 재건했다. 1878년 북독일동맹 영업법을 개정해 길드제도가 폐지된 이후 도제가 미숙련 노동력으로 장기적으로 착취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도제의 훈련시간이 노동으로 대체될 수 없음을 명문화했다. 이후 길드를 대신해 수공업협회가 도제훈련에 대한 관리를 재개한다. 독일의 아우스빌둥은 한국과 달리 기업이 상공회의소나 수공업협회와 같은 사용자단체와 협력하여 수행한다. 도제제도, 아우스빌둥은 독일식 코포라티즘, 노사정 합의주의가 가장 오래 유지되고 있는 분야이다. 독일에서 기업은 트레이니(학습노동자)를 미래의 직원으로 선발해 기업과 산업이 장래성 있다고 판단되는 기술,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필요한 기술을 가르친다. 이를 통해 기술의 수요와 공급은 통일된다.

◆독일 전체/청년실업률 1.36∼1.50배, 한국보다 낮아 = 이러한 성과에 기초해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낮은 청년실업률을 기록한다. 2007년~2016년 10년간의 통계는 독일의 청년들이 한국에 비해 15%p나 높은 경제활동참여를 보여준다. 청년들이 일을 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고용률이 높다. 독일의 청년고용율은 54∼57%를 기록한다. 독일 청년실업률은 6∼11%이다. 한국의 경우 청년고용률은 40∼43%로 독일에 비해 14%p 정도 낮다, 실업률은 7∼10%를 기록해 독일과 비슷하다. 그러나 전체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을 비교하면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전체실업률의 2.34∼2.65배에 달해 매우 심각하지만 독일의 경우 1.36∼1.50배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청년 실업문제 심각, 독일식 일학습병행제 도입 =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한국정부는 독일과 스위스의 제도를 배워 '마이스터고등학교'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일학습병행제'와 같은 독일식 제도를 한국에서 실행하고 있다. 일자리에 걸맞은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일학습병행제는 독일식제도로 노동수요에 부응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을 둔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도록 한다. 먼저 정부는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을 모집해 약정을 체결하고 기업은 학습근로자를 모집해 학습근로계약을 체결한다. 기업은 기업맞춤형 훈련과정을 NCS에 기반해 개발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공단)은 일학습병행제 훈련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고 컨설팅을 지원한다. 공단은 기업에서 개발한 훈련프로그램이 일학습병행 인정기준 충족하는지 심사하고 기업은 정부가 인정한 프로그램에 따라 직장내 훈련(OJT 및 Off-JT)를 실시한다. 일학습병행제를 이수한 학습노동자는 공단에서 주관하는 외부평가에 합격해 자격증을 발급받는다.

◆NSC, 일자리, 기술 미스매치 해결 못해 = 일학습병행제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NCS에 기반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가르친다. NSC란 국가가 한 개인이 산업현장에서 자신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직무능력(지식 기술 태도)을 표준화한 것을 일컫는다. 그간 학벌과 스펙으로 청년을 채용하던 관행을 실질적인 직무능력을 평가해 채용하도록 보다 공정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준적인 직무능력과 기업이 필요한 기술과 일치하지 않는다. 크거나 작거나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일자리와 인력 사이에 발생하는 기술의 미스매치는 NCS로 해소되지 않는다.

누구보다 기업이 자신이 필요한 기술, 또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중요한 기술을 잘 알지 않을까. 사회적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독일의 산업정책에 주요하게 인용되는 말이 있다. "국가가 더 유능한 기업가는 아니다." 직업훈련에서 기업이 스스로 필요한 인력의 양성하는데 좀 더 자율권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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