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게시판

활동 게시판

 

 

[① 실업자 창업지원, 보충·경쟁 원칙] 실업자가 창업을? … 생존율 일반보다 높다/정미경/내일신문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3-01-23 20:49:53 조회수 102

 

[정미경 박사의 '청년실업과 창업, 독일에서 배운다'│① 실업자 창업지원, 보충·경쟁 원칙] 실업자가 창업을? … 생존율 일반보다 높다

독일, 최고의 실업구제책 … 불경기나 노동시장 위축될 때 빛 발휘

 

정미경(2019-07-29) [① 실업자 창업지원, 보충·경쟁 원칙] 실업자가 창업을? … 생존율 일반보다 높다, 내일신문,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320944

 

 

독일 연방고용청의 실무자가 창업을 원하는 실업자와 상담하고 있다. 사진 www.spiegel.de

 

취업이 어려운 가운데 우리 청년들이 창업에 나서고 있다. 통계청의 올해 '6월 고용동향' 통계에서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청년층(15∼29세) 실업자가 6만5000명 증가해 실업률은 1.4%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전망이 보이지 않은 노동시장에서 취업에서 내몰린 청년들이 이제 창업을 선택하고 있다.


◆실업을 피해 창업을 선택한 청년들 = 2017년 말 기준, 20대 이하가 대표자인 사업체는 10만1706개로 조사돼 해당 통계 시작 후 처음으로 20대 창업률이 10만개가 넘었다. 20대와 30대가 취업시장에서 창업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심각성은 창업도 청년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5년 20~30대 청년의 창업기업은 23만7752개인 반면, 문을 닫은 기업은 14만2805개에 달해 폐업률이 60%에 이른다고 한다. 전체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은 27.5%이며 이것도 낮아지고 있다.

한편 독일은 창업이 최고의 실업구제 정책으로 등장한지 오래다. 다수의 실업자가 창업에 나서고 있고 일반 창업기업보다 실업자 창업이 생존율이 높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현재 우리나라는 해외의 모범적인 노동시장정책을 법과 제도로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매우 유사한 정책이 한국에서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이 글은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의 경쟁원칙과 보충원칙을 소개하고 독일의 실업자 창업지원제도가 어떻게 두가지 원칙을 지켜가며 실업자 창업지원정책의 효과를 높이는지 그 방법론을 찾아본다.

◆어디까지, 어떻게 돕는 것이 적절한가 = 국민을 지나친 어려움에 빠뜨리지 않도록 하면서 국민이 국가에 의존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사회복지제도를 운영하는 방안이 있는가? 이것은 복지제도를 도입한 모든 나라의 관심사다. 독일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과 논쟁의 목소리가 높다. 어디까지 어떻게 돕는 것이 국가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기준이 될까?

사회적 시장경제 아래 독일은 국민이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가 국민의 어려움을 도외시하지 않는 사회복지제도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치밀한 잣대를 마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회정책에서는 보충원칙, 경제정책에서는 경쟁원칙으로 복지적 분배와 시장을 통한 배분이 균형을 이루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보충원칙이란 사회문제 해결에 국가가 먼저 나서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스스로 최대한 노력할 기회를 줘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국가가 보충적으로 지원한다. 이러한 보충원칙에 의해 자립적인 힘을 키운 개별 경제주체는 자신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시장경쟁에 뛰어든다. 이때 경쟁은 창의와 혁신이 일궈 낸 공정한 성과의 경쟁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공정한 경쟁질서를 구축한다. 공정한 시장경쟁의 수단을 만드는 기준이 경쟁원칙이다. 이렇게 보충원칙과 경쟁원칙은 개인의 이익과 사회적 이익을 일치시킨다. 독일 경제학자로 질서자유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발터 오이켄(Walter Eucken, 1891~1950)은 "보충원칙에 기반을 둔 사회정책은 경쟁원칙에 따르는 질서정책의 토대이고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질서정책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 1986년 '실업자창업지원제도' 도입 = 실업자가 창업을 한다고 하면 한국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의구심을 갖는다. 자기 일자리도 지키질 못했는데 창업을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은행이 실업자에게 지원을 꺼린다.

또한 실업자도 스스로를 의심한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정부가 중소기업 창원자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이미 기가 꺾긴 실업자는 스스로 자금을 신청하는데 적잖이 주저한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편견과 자조가 실업자가 창업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국가는 이러한 시장의 장벽을 해소하는데 실업자가 일반적인 창업자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이렇게 스스로 노력을 하나 시장의 불공정을 극복할 수 없을 때 국가는 보충적으로 이러한 불공정의 시정을 위해 창업하는 실업자를 지원한다.

독일은 1986년 이런 취지로 '실업자창업지원제도'를 도입했다. 공식화 되지는 않았으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연방고용청 일선에서 실제 사용하던 정책을 법제화한 것이다. 이 제도는 될 만한 창업계획을 가진 실업자에게 창업지원 생계비를 보조하고 창업 상담과 교육을 실시하고 창업자금을 지원한다. 실업자는 이러한 도움에 기초해 그들에게 가중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공정하게 경쟁해 스스로를 실업에서 구제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한다.

◆독일, 실업자 창업시대 열려 = 1986년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실업자는 독일에서 가장 적극적인 창업자 그룹이다. 2000년 독일 경제학자 비스너(Wießner, F.)는 "실업자창업지원제도가 도입된 후 창업이 활발하지 않은 독일 경제에서 창업이 활성화됐다"고 분석했다.

1990년 말 실업자로 창업지원수당을 지급받고 창업된 기업은 전체 독일 창업기업에 약 1/5에 이르렀다. 이 뿐 아니다. 실업자가 창업한 기업은 다른 일반적인 창업기업보다 기업의 생존율은 더 높다. 독일의 '노동시장과 직업연구소(IAB)'는 실업자창업지원제도의 혜택을 받아 창업한 기업들은 창업 후 3여년이 지난 시점에 약 70%가 기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창업 3년이 된 기업의 절반 정도가 창업자 외 최소 1명을 더 고용했다. 실업자가 창업한 작은 기업들은 평균 1명을 고용했다.

실업자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창업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근로소득 수준도 높았다. 2003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실업창업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창업 56개월 이후 근로소득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의 근로소득에 비교해 세후 월 435유로에서 월 618유로까지 높았다. 2008년 독일은 실업자창업지원정책이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는 다른 어떤 적극적 노동정책 프로그램보다 그 효과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2014년 독일재건은행(산업은행)은 실업자 창업이 전체 창업자의 1/4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매년 독일인 5만명을 대상으로 창업실태조사에서 창업 이전에 실업자였던 사람이 창업이전에 피고용자, 자영업자 또는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했던 사람들보다 창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가 직장생활을 하던 피고용자보다 창업할 확률이 약 7% 더 높았다. 독일에 실업자 창업시대가 열렸다.

◆불경기에 빛을 발하는 실업자 창업 = 독일 실업자의 창업은 호경기에 노동시장이 활성화될 때 줄어들고 불경기, 노동시장이 위축될 때 확대되는 경기역행성을 보인다. 독일재건은행은 최근 지속되는 독일의 호경기로 노동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2018년 실업자 창업이 2012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14만8000명으로 떨어졌다고 보고한다. 경기호황으로 창업할 실업자가 드물어졌다.

우리나라는 1986년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제정하고 중소기업 창업을 지원했다. 1997년 미국발 벤처열풍이 불 때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벤처기업의 창업을 도왔다. 1999년에는 실업자창업지원을 위해 고용보험법 제25조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의 '실직자 창업지원사업'을 법제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법과 제도가 한국사회 가장 심각한 사회적 이슈, 청년실업문제에 실효성 있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창업에 나선 청년들이 제대로 월급 한번 받아보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를 다는 경우도 있다. 청년 창업자들 사이에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청년신용불량자양성 사관학교라는 별명이 붙어 다닌다. 실업을 피해 창업을 선택한 청년들은 불안하고 고달프다. 한국과 독일의 창업지원제도, 외형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그 성과는 매우 다르다. 이제 제도의 겉모습을 넘어 제도의 구체적인 시행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