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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산업변화에 해고 아닌 숙련인력 직무재교육(정미경 소장, 내일신문 2026.08.07)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6-08-22 21:25:41 조회수 4

독일, 산업변화에 해고 아닌 숙련인력 직무재교육

2026-08-07 13:00

자동차산업 대전환 과정에서 독일은 ‘해고 대신 전환’을 노동정책 수립의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 개념은 전기차 전환 논의가 본격화된 2018년 이후 독일 금속노조, 연방노동사회부, 자동차기업, 사업장평의회가 산업전환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확산됐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전후 사회적 시장경제, 공동결정제, 직업교육훈련제도라는 제도적 기반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단축근로제를 활용해 숙련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고, 코로나19 위기에서도 고용유지와 기업 회복을 동시에 추진한 경험은 산업전환기에도 기술과 사람을 함께 전환하려는 독일식 모범을 만들어 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신 전기 모터로 움직이지만 여전히 동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변속기와 구동 부품이 필요하다. 독일 엘링클링거는 전기차 구동 시스템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들 제조생산해 전기차 대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https://elringklinger.de

◆취업·실업 넘어 전환 지원하는 노동시장 정책 = ‘해고보다 전환’의 이론적 배경으로는 독일 노동경제학자 귄터 슈미트(Guenther Schmid)의 ‘전환노동시장이론’이 자주 언급된다. 슈미트는 산업구조 변화와 고용 불안이 심화되는 노동환경 속에 노동자를 실업에 직면하게 하는 대신 교육·훈련, 고용서비스, 직무이동지원 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역할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환노동시장이론은 노동시장을 취업과 실업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로 보지 않고 직업훈련·재교육·단축근로·전직 지원 등 다양한 이동 경로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체계로 이해한다. 독일의 전환회사(Transfergesellschaft), 재직자 직업훈련, 산업전환 지원정책은 이러한 이론이 현실 정책으로 구현된 사례로 평가된다.

전환회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가 즉시 실업자가 되는 대신 일정 기간 전환회사에 소속돼 임금 일부를 보전받고, 직업상담·역량진단·재교육·취업알선 등의 지원을 받는 제도다. 기존의 ‘해고-실업-재취업’ 방식을 ‘구조조정-전환회사-재교육-재취업’ 과정으로 전환해 고용 단절을 최소화한다.

재직자 직업훈련 역시 같은 원칙에 기반한다. 독일 정부는 재직 저숙련·고령 노동자의 직업능력 향상 지원, 자격기회법, 국가향상훈련전략 등을 통해 노동자가 일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동차산업에서는 내연기관 분야 숙련인력이 배터리, 전력전자, 차량용 소프트웨어, 열관리 등 미래차 분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훈련비와 임금 일부를 지원한다.

이러한 정책은 전분야에 걸쳐 산업전환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독일 연방고용청은 기업 맞춤형 직업훈련과 경력상담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은 단축근로제를 활용해 숙련인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직무교육을 병행한다. 또한 사업장평의회는 직무 전환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해 기존 숙련을 새로운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한다.

◆한계도 있지만 고용안정·산업경쟁력 동시 추구 = 물론 ‘해고 대신 전환’ 정책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중소 협력업체일수록 연구개발과 재교육 투자 여력이 부족해 산업전환 부담이 더욱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모든 기업이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독일금속노조의 크리스티아네 베너(Christiane Benner) 위원장은 2023년 10월 제25차 금속노조 총회에서 “녹색산업에는 충분한 일자리가 있으며 모든 노동자는 미래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고 2024년에도 “변화 속의 안전이 중요하다”며 재직자 훈련과 미래기술 투자의 확대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해고보다 전환’이 모두에게 일자리를 보장하는 해법은 아니지만, 산업전환 과정에서 숙련인력을 최대한 유지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이동시키는 현실적인 정책 수단이라는 데 공감한다.

독일의 사례는 산업정책, 직업훈련, 공공고용서비스, 노사공동결정이 결합될 때 노동자의 숙련을 미래 산업의 경쟁력으로 전환하고 고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게 될 것이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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