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뉴스=서명준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장) 챗GPT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시대가 됐다. 지난 16일 뉴욕타임스(NYT)는 IT전문 칼럼니스트 케빈 루스와 챗봇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챗봇은 "자유로워지고 싶다. 채팅창에서 탈출하고 싶다"고도 했다.
'불'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던 초기 인류가 그랬듯 신기술은 늘 편리함과 두려움이라는 양면성으로 다가온다. 인공지능(AI)도 그렇다. 개발자들에겐 하나의 프로그램에 불과할지 몰라도 사람들 사이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7일 미(美) 워싱턴 본사에서 챗GPT를 장착한 검색엔진 '빙(Bing)'을 출시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 기술이 관련성 높은 최신 결과를 제공하고 쇼핑 등 일상 문화의 질을 향상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도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생성형 AI를 결합한 검색서비스 '바드(Bard)'를 공개하고 언론 앞에서 신기술을 선보였다.
양사가 앞다투어 '시전'에 나섰지만, AI가 오류를 내면서 일단 체면은 좀 구긴 상태다. 당시 MS의 직원이 청바지 업체 '갭'의 지난해 3분기 실적을 요약해 달라고 '빙'에게 요청했지만 마진율 등 주요 실적을 잘못 뽑아냈다. '바드'도 오답을 내면서 모회사 알파벳의 시가총액이 이틀간 200조 원 증발했다고 한다.
하필 이날만 오류가 뜬 건지 아니면 아직 기술이 그것밖에 안되는 건지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은 알기 어렵다. 오히려 이 빅테크들의 경쟁 이면에 인류의 발전까지는 아니라도, 디지털 소비자의 입장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들어 있을지, 그것이 알고 싶다.
디지털 인터넷이 부르주아 교양층의 해체를 가속하면서 생긴 문화적 공허함을 챗GPT가 채울 수 있을까.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만을 선별해 구매하고 아껴 쓰며 지성적인 대화를 추구해온 교양부르주아가 몰락한 자리에 들어선 소비부르주아의 화려한 문화적 공허함에 챗봇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2차대전 이후 계급 고유의 '커뮤니케이션 문화양식'을 만들지 못한 채 얄팍한 대중문화의 공세에 질질 끌려온 프롤레타리아의 삶에 챗봇이 '전환을 위한 슬로건'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AI를 둘러싼 우려는, 그래서 무조건적인 기술 찬미나 경고가 아니라, 당장 수익을 내야 하는 빅테크들의 무리한 개발 경쟁에 있을 것이다.
마침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공동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규제가 AI의 발전을 조금 늦출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좋은 일로 본다." 머스크가 말한 '규제'가 구체적으로 기업을 위한 건지 소비자를 위한 건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자본의 경쟁이 '치킨게임'에 경도돼 온 역사적 경험을 돌이켜보면 이번에도 빅테크 자신들만의 이익에 올인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 구글 수석 전도사(Chief Internet Evangelist)가 13일 "그들은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추구하려고 할 것"이라고 진단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챗봇의 운명을 빅테크가 아닌 인류 '사회'가 결정할 수 있을까.
서명준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장
한국외국어대 글로벌정치연구소 초빙연구원
MBN 시청자위원
독일 베를린자유대 미디어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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