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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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반도체 인력난 해소 - 현장기술지도자가 중요,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3-01-17 14:48:21 조회수 85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 반도체인력난 해소방안 정책제안  

최근 정부발표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산업 규모는 2021년 약 6000억달러, 최근 20%대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다. 반도체 기술력이 국가경쟁력과 국가안보를 지키는 열쇠가 됐다. 반도체 기술력 확보의 핵심은 인력양성이다.
7월 21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민관의 역량을 결집하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과 함께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산학협력 인력양성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반도체 산학협력 4대 인프라에 대한 업무협약(MOU)도 체결됐다. 2023년부터 10년 동안 3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협약은 반도체 아카데미, 특성화 대학원, 교육용 장비 지원, 계약학과 개설을 약속했다. 기술인력의 양성시스템이 우수한 국가가 미래사회의 주도권을 가질 것이란 전망 속에 인력난에 허덕이는 반도체 산업현장에서 답을 찾아본다.

독일의 반도체 기업에서 훈련생에게 기슬을 가르치는 현장훈련지도자. 출처: https://www.bing.com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산업에서 부족한 인력규모는 2017년 1400명, 2018년 1500명, 2019년 1600명에 달했다.

연간 양성되는 반도체 산업인력은 5000명인데 반도체 산업이 신규채용하는 인원은 약 1만1000명 규모다. 현장의 목소리가 절박한 까닭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에는 이런 절박한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현장 아니라 대학 중심 반도체 인력양성 = 정부는 반도체 인력양성을 위해 3대 분야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먼저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 정원을 늘리겠다고 했다. 산업현장 전문가가 대학의 교수가 되는 길을 쉽게 하고 특성화 대학과 전공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 정원을 늘려도 이들이 졸업하기까지 4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산업현장의 전문가가 대학의 교육에 교수로 참여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가르친 학생들이 취업할 때까지 산업현장의 인력공급이 확대되지 않는다. 특성화 대학과 전공을 육성하는 것도 단기에 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것과 무관하다.

현장에서는 이런 정책은 반도체 인력조달 정책이라기보다 이공계열 대학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다급한 산업계는 인력의 신속한 양성을 위해 반도체 아카데미를 계획중이다. 2023년부터 시작해 대학생 4개월, 취업준비생 3~4개월, 신입직원 1개월, 경력직원 1주 교육으로 5년 동안 3600명 이상의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이다.

반도체 인력의 빠른 수급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독일의 아우스빌둥(Duale Ausbildung)제도와 이원화 대학(Duales Studium)사례에서 해답을 찾아본다.

아우스빌둥은 기업의 수요에 맞춰 직업활동에 필요한 기술교육과 그 배경이 되는 이론을 가르친다. 기업현장과 학교라는 이원화된 교육훈련 환경에서 배우고 익혀 높은 효율을 달성한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부터 기업과 훈련계약을 체결하고 기업이 추천하는 직업학교에 입학한다.

◆현장훈련지도자가 기술인력 양성의 핵심 = 아우스빌둥에서 훈련생은 생산에 참여하면서 기술을 배운다. 기술교육의 핵심은 양질의 현장훈련지도자다.

현장훈련지도자는 마이스터 자격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숙련된 현장직원이 2주 동안 총 100시간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 필기와 실기로 구성된 시험을 통과해 지도자가 되기도 한다. 이들 현장기술지도자 양성이 아우스빌둥제도의 핵심이다.

훈련생의 생산적인 노동은 기술력과 멘토 역량을 갖춘 현장지도자가 이끈다. 훈련생은 교육과정에 본인이 제공한 미숙련 또는 숙련노동에 대해 단체협약이 정한 만큼 수당을 받는다. 이 시스템은 아우스빌둥 뿐 아니라 대학 이원화제도에 참여하는 대학생 훈련생에게도 적용된다.

◆현장의 반도체 직업훈련 프로그램 = 독일의 반도체 기술직 직업훈련은 1998년부터 '마이크로 기술직'이란 이름으로 시작됐다. 고등학교 과정의 훈련생이든, 대학교 과정의 훈련생이든 기술자 입문은 마이크로 기술자로 시작한다.<관련기사 '반도체 기술직 1998년 법령으로 규정'의 표 참조>

독일 쯔비카우에 소재한 베스트?리쉐 산업대학(Westfaelische Hochschule)은 마이크로 공학 이원화 과정을 제공한다. 마이크로 공학은 4년에 걸친 학사 과정이다.

학생들은 9학기 동안 직업훈련을 받아 마이크로 기술자 자격증을 취득하고, 동시에 마이크로공학 학사학위를 취득한다. 학기 중엔 학업을, 방학 때는 직업훈련을 받는다. 직업훈련의 대가로 수당을 받기 때문에 학생들은 별도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다.

학업과 병행된 훈련은 3년, 총 6학기에 걸쳐 진행된다. 직업훈련이 끝나면 마이크로 기술자 자격증을 취득하는 시험에 응시한다. 직업훈련이 마감되는 6학기까지 기본과정을 학습하고 7학기부터 심화과정이 제공된다.

심화과정에서 '마이크로 전자회로설계'와 '물리적 기술 및 공정'을 배운다. 심화과정에서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하고 학사논문을 작성한다. 학사과정을 마치고 취업하면 초임은 세전 270만~470만원 정도 된다. 학사 학위를 가진 마이크로 기술자의 평균임금은 약 500만원 수준이다.

◆'일하며 배운다'는 원칙이 가장 중요 = 정부 발표에 따르면 매년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1300명이 반도체 산업에 취업한다. 전문학사 1399명, 학사 1928명, 석·박사 431명 등 전체 약 5000명 정도 된다.

반도체 분야 학사 인력양성이 시급한데 매년 양성되는 학사 출신 반도체인력은 약 2000명 정도다. 현재 반도체 관련 학과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2·3·4학년을 합쳐 6000명 정도다.

독일처럼 일하며 배운다는 원칙을 적용하면 어떨까. 학생들이 1, 2학기와 계절학기에 번갈아 생산에 참여하도록 하고 학사학위 취득과 동시에 다양한 반도체 관련 다양한 직업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자. 그러면 단기간 안에 반도체 인력을 공급할 수 있다.

생산에 참여한 학생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가능하다. 물론 전제는 무엇보다 시급하게 현장훈련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숙련된 현장직원으로 2주에 걸쳐 100시간 정도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후 시험을 거쳐 현장지도자가 되는 독일 사례를 적용하면 된다.

모든 사람은 직업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독일 영국 등 유럽에서는 직업기초능력을 양성하는 교육과 훈련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전공에 제약을 두지 말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문 사회계열의 학생에게도 맞춤형 단기집중 이론교육과 생산 현장훈련을 통해 반도체 생산에 기여할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취업준비생(취준생)에게 3~4개월 이론학습을 제공하고 생산에 투입하는 방안이 제안된다. 생산에 참여하는 취준생에게 직업자격증을 취득하는 현장교육을 제공하면 임시직 미숙련 노동자가 아니라 반도체 분야의 숙련 노동자로 양성할 수 있다.

◆직업자격증, 대졸학력과 동등한 가치 = 4차산업혁명으로 이론과 실제 직업능력의 통합이 더욱 강조됨에 따라 독일은 빠르게 직업교육과 대학교육의 연계성을 구축하고 있다.

학생 평가기준은 지성과 문제해결능력, 사회성이다. 이런 평가기준으로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직업자격증을 취득하면 해당 전공 대학입시가 면제된다.

마이스터슐레 졸업장은 종합대학의 학사학위와 동일하게 취급된다. 고급인력 판단을 학력으로 하지 않는다. 반도체 직업학교의 재학생뿐 아니라 석박사 학위과정의 학생들도 현장 기술교육이 중요하다. 현장을 알아야 유의미한 혁신으로 산업에 기여를 높일 수 있다.

우수한 인재가 되려면 교육과 훈련뿐 아니라 직업에 대한 소명과 사회적 기여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유럽의 장인정신은 '직업소명을 다하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종교적 확신에 바탕한 의심 없는 몰입노동에서 유래한다.

종교에 의존하지 않는 현대사회에서 독일은 직업계 중학교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직업잠재력 분석과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양성한다. '직업선택 패스포트'라는 프로그램으로 직업선택에서 학생의 자기책임성과 자기주도성을 키우도록 한다.

중학교 때부터 직업에 대해 소신을 쌓은 청소년이 평생을 한 직업에 종사해 독일의 높은 숙련수준을 형성한다. 산업이 예술만큼 중요하다면 한국의 중학교 과정에 예술중학교에 착안해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 인재양성을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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