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9 13:00
글 =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
2010년대 고령자 직업능력향상훈련 성과 … 남성·고급전문인력·시간제가 정년 이후 취업 주도
2024년 12월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3년 1차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완료됐다. 1955~1963년생에 출생한 이들은 약 712만5000명 규모로 전체 인구 비중 약 14.6%에 해당됐다. 2024년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954만명, 비중 18.6%)가 향후 11년에 걸쳐 법정 은퇴연령(60세)에 진입할 것이다.
고령자 고용정책은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어 사회의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만들어졌다. 빈곤한 고령자를 사회부조로 보호하기보다 노동시장 재진입을 지원하고 있다. 고령자 고용정책은 2024년 말 65세 이상 고용률을 40.8%까지 끌어올렸다.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최고 수준이다. OECD 평균은 13.6%다.
역설적이게도 2025년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률은 39.8%로 OECD국가들 중 가장 높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고령고용 일등국가, 고령빈곤 일등국가다. 우리 상황과 대조적으로 독일은 65세 이상 은퇴자의 고용률이 높지 않고 이들의 소득수준은 상대적으로 높다. 적정한 소득으로 적게 일하며 충분히 쉴 수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2024년 독일의 65세 이상 고령자 고용률은 9.5%다. 정년 후 연금수령자가 취업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러나 독일에서도 가계소득이 낮으면 취업할 동기가 커진다. 연금수령자가 소득을 목적으로 취업한 경우 가계소득은 2021년 월 평균 1482유로였다. 비취업자의 가계소득은 월 평균 1735유로로 취업자의 가계소득이 비취업자보다 낮다.
취업자를 성별로 보면 대체로 남성의 취업률(63%)이 높은데 남성은 월 평균 771유로를 번다. 이를 평균 가계소득에 더하면 총소득이 비취업자보다 높아진다. 연금수령자의 취업은 노인빈곤을 극복하는데 기여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독일의 경제호황은 경제성장률과 출생률을 빠르게 증가시켰다. 그러나 1972년부터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를 밑돌아 인구의 자연감소가 일어났고 고령인구는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 독일의 55~65세 인구는 전체 인구 8315만명 중 1260만명에 달했다. 2023년에는 1320만명으로 최고점에 도달했다. 이제 저출산의 영향으로 55~65세 인구는 현재 수준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다.
2020년 전체 고용인력 4700만명의 1/4(22.8%)이 55세 이상이었는데 2030년까지 이들 중 730만명이 노동시장을 떠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 고령은 54세가 넘으면 시작된다.
◆디지털화와 탈탄소 10년간 고령자 고용증가 = 이런 인구구조의 변화는 독일식 직업교육인 아우스빌둥(이원화 직업훈련)을 마치고 직업자격을 획득한 전문인력 부족 현상의 주요한 원인이었다.
독일은 2008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에 달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세계금융위기를 맞았다. 위기를 극복한 뒤 2010년부터 디지털화와 탈탄소화에 가속 페달을 밟으며 초고령사회 진입에 맞춰 산업 및 노동시장 대전환을 본격화했다.
2010~2020년 55~60세의 고용률은 71.3%에서 81.0%로 약 10%p 증가했다. 60~64세는 40.8%에서 60.6%로 약 20%p 상승했다. 심지어 65세 이상의 고용률도 3.9%에서 7.3%로 3%p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15세~64세의 전체 고용률은 71.7%에서 75.5%로 4.2%p 완만히 상승했다.
고용률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산업분포의 질도 크게 개선됐다. 고령자의 산업별 고용분포를 보면 2021년 55~64세 고령자가 각 산업업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22%이다.
그러나 신산업에 속하는 정보통신업 15%, 호텔 및 출장급식업 17%, 자격을 갖춘 비즈니스 서비스 18%, 그 외 서비스에서 18%로 평균 이하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평균 이상인 분야는 공공행정 29%, 가사서비스 40%, 광업 31%, 에너지 및 수자원 28%이다.
디지털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된 2010~2020년 고령자는 정보통신업,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 자격을 갖춘 비즈니스 서비스업에서 고용률이 크게 늘었다.
이 분야에서 55~64세 고용자 수는 10년 동안 두배 이상 증가했다. 독일의 고령층은 디지털화와 인공지능(AI)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전환에 동승해 기술력을 현대화했다.

누가 정년퇴직 후에 취업에 나설까. 2021년 65세 이상 법정 연금수령 연령을 초과한 인구가 4대 사회보험 가입의무가 있는 사업장에 근무하는 비율을 특성별로 보면 남성이 63%(전체평균 54%), 여성 37%(46%), 파트타임 62%(29%), 전일제 38%(71%), 업무보조 19%(16%), 전문인력 50%(57%), 고급전문인력 21%(14%)이다.
정년 이후 취업의 강자는 직업학교를 졸업하고 은퇴한 전문기술인력(50%)과 생계를 책임질 부담이 큰 남성이다. 그리고 대졸 이상의 고급전문인력의 고용률도 눈에 띈다.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건강을 고려해 시간제 근무가 전일제보다 월등히 많다. 정년퇴직자의 고용은 미숙련 노동이 아니라 기술 전문성에 기반하고 있다.
◆디지털화· AI 분야에 당당히 동승 = 독일의 고령 취업자는 2010년대 정보통신(IT) 기술 분야에 직업능력을 높여 최근 경기가 어려울 때 신성장 분야에 포진해 고용률을 높이고 있다.
이는 하르츠개혁의 하나로 지급된 훈련바우처제도, 2006년 본격적으로 시행된 고령자 직업능력향상훈련(WeGebAU)의 성과가 고령자의 기술력을 향상한 덕분이다. 이 제도는 현재 고령자뿐 아니라 디지털화 탈탄소화 고령화에 의해 야기되는 산업대전환 과정을 지원한다.
2023년 독일상공회의소(DIHK) 조사에 따르면 소속 기업의 절반 이상에서 빈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아 200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비워져있다고 호소했다. 빈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는 경우 약 1000억유로 상당한 생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임을 밝혔다. 예상치 못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2023년과 2024년 독일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 상황에도 55~60세 미만 고용률은 2023년, 2024년 각각 83%와 83.5%로 상승했다. 60~65세 미만의 고용률도 같은 기간 65.4%와 66.6%로 높아졌다. 독일의 고령고용 촉진정책은 산업 및 노동 대전환의 과정에 고령자를 패배자로 남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